


개요
이 글은 가가 교이치로 시리즈의 4번째 작품에 대한 소개입니다. 특이한 점은 이 작품에서는 전지적 작가 시점이 아닌 노노구치 오사무라는 인물의 수기와 가가 형사의 기록이 번갈아 보여진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작법은 다른 가가 시리즈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습니다.



2. 줄거리
유명 베스트 셀러 작가인 히다카 구니히코가 살해된 채 발견되었습니다. 이 사건을 발견한 분은 그의 아내인 히다카 리에와 친구인 노노구치 오사무입니다. 상황을 보면 소설 원고를 쓰던 도중 누군가에게 공격당해 살해된 것으로 보입니다. 노노구치 오사무는 히다카 구니히코와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친구이며, 가가 형사가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 같은 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국어 선생님이기도 합니다. 교사 생활을 그만 둔 후에는 아동문학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히다카의 전화를 받고 그의 집으로 간 노노구치는 이미 그의 친구가 살해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나 작가답게, 그는 이 모든 사건을 소설을 쓰듯이 기록으로 남겨둡니다. 이 사건을 수사하게 된 가가 교이치로 형사는 옛 교사 선배인 노노구치와 재회하며 그가 쓴 수기를 바탕으로 범인을 추리해 나갑니다. 이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들이 계속해서 드러나게 됩니다.
일반적인 추리 소설과 달리, 이 소설에서는 범인의 정체가 소설의 1/3도 진행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미 밝혀집니다. 범인은 순순히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는데, 이렇게 간단히 끝나는 것 같지만 실제 이야기의 시작은 그때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가가 형사가 과거에 교사직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사건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이 나오게 됩니다.



3. 주요 등장인물
- 가가 교이치로
- 히다카 구니히코 : 살해된 베스트셀러 작가입니다. 히다카 리에와 함께 밴쿠버로 이사할 예정이었습니다. 문진에 머리를 맞아 살해당했습니다.
- 노노구치 오사무 : 히다카의 친구이자 가가 형사의 선배 교사입니다. 아동 문학 작가이며, 작중 시점으로부터 몇 달 전까지 교사와 작가를 겸업했지만, 작가로 몰두하게 되어 교사를 그만두었습니다. 히다카와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알았으며, 미야코의 오빠와도 알고 지낸 사이입니다.
- 히다카 리에 : 히다카 구니히코의 아내로, 기가 강한 여성입니다.
- 히다카 하쓰미 : 히다카 구니히코의 전처로, 교통 사고로 인해 작중 시점에서는 사망한 상태입니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연애는 거의 히다카가 주도했다고 합니다.
- 후지오 미야코 : 히다카의 한 소설의 모티브가 된 인물의 여동생으로, 오빠의 명예 훼손과 관련하여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상으로 주요 등장인물을 소개하였습니다. 이들의 복잡한 관계와 사건들이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더 많은 사건과 수사의 흐름을 기대해주세요.



4. 평가 및 흥행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에서도 백야행, 용의자 X의 헌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과 함께 최고로 평가받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일본에서는 1996년에 출간되었으며 한국에서는 2008년에 번역본이 발매되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판된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현재에도 일본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30위권 안에 들며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2017년 11월 19일 기준으로 알라딘에서는 27위, YES24에서는 18위를 기록 중이며 최근 작품들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2012년 출간 이후 지금까지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서 <악의>가 탑30위권 안에 드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나미야 잡화점의 흥행이 매우 이례적인 사례입니다.
놀랍게도, 히가시노 게이고 본인은 가가 형사 시리즈 중 기린의 날개를 최고 작품으로 꼽으며 이 작품에 대한 언급은 별로 없는 듯합니다. 이 소설은 2001년 11월 12일부터 2001년 12월 17일까지 6부작 드라마로도 방영되었습니다. 가가 형사를 남성 형사와 여성 형사로 캐릭터를 분리하여 두 형사가 사건을 조사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남성 형사는 고령의 베테랑 형사이고 여성 형사는 교사 출신으로 기존 소설을 읽은 사람에게는 다소 어색할 수 있습니다. 가가 형사의 고뇌가 두 사람으로 분리되면서 집중이 떨어지기도 하며 드라마에서는 소설에서 중요한 구절들이 상당히 빠른 시간 내에 지나가는 점도 아쉬운 포인트로 지적됩니다.
[스포일러 주의]
이상으로 작품의 평가와 흥행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추가적인 내용을 참고하여 더욱 풍부한 리뷰를 제공할 예정이니,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5. 스포일러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이 직·간접적으로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이 소설에서는 노노구치 오사무가 범인으로 지목되지만, 중요한 것은 '누가'가 범인인지가 아니라 '어째서' 그런 행동을 했는지입니다. 실제로 범인이 밝혀지는 부분은 초반 3분의 1 정도이며, 그 후는 동기에 대한 내용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노노구치는 처음에는 참고인 정도로만 등장하지만, 가가가 그의 수기와 진술을 조사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사망 당시 히다카의 담배, 사망 추정시간과 노노구치가 히다카의 전화를 받았다는 시간대가 맞지 않습니다. 노노구치를 추궁하자, 바로 자신이 범인임을 털어놓습니다. 그리고 '어째서' 히다카를 죽였는지에 대한 이유를 가가 형사에게 진술서 겸 수기로 써서 건네줍니다.
수기에 의하면, 사실 노노구치는 히다카의 고스트 라이터였습니다. 히다카의 베스트셀러들은 전부 노노구치의 것을 뺏어간 것이었습니다. 노노구치는 히다카의 전처와 불륜 관계였고 히다카를 죽이려 했습니다. 하지만 히다카는 그런 것을 전부 알고 있었고, 오히려 노노구치가 히다카의 가택에 침입하는 장면을 녹화하고 노노구치가 사용하려던 나이프를 증거로 삼아 그를 협박했습니다. 그래서 노노구치는 자신의 작품들을 전부 히다카에게 뺏길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히다카의 전처가 자살하자 노노구치는 끝내 히다카를 죽였습니다.
하지만 이 수기는 거짓말이었습니다. 가가 형사의 눈치를 통해 노노구치의 거짓말을 알아냅니다. 노노구치는 히다카의 고스트 라이터도 아니었고 히다카의 전처와 불륜 관계도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작중 내내 서술되던 모습과 달리 히다카는 굉장히 착한 사람이었습니다. 노노구치는 어릴 때부터 잘나갔던 히다카를 질투하며 열등감에 사로잡혀 '악의'를 갖고 있었습니다. 또한, 노노구치는 병에 걸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으며 결정적으로 히다카와 후지오의 법정 분쟁으로 인해 자신의 추악한 과거가 들통나게 생겼기 때문에 살인을 결정한 것입니다. 노노구치의 목적은 일부러 범행을 들키고 자신이 만들어낸 범행 동기를 밝힘으로써 히다카를 추악한 인물로 전락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소설 초반부의 노노구치의 수기는 교묘한 서술 트릭이었습니다. 언뜻 공정하고 진실을 전부 밝히는 것처럼 쓰였지만 이는 철저하게 노노구치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왜곡한 내용이었습니다. 후반부 가가의 시점에서 나오는 내용을 읽고나면 진정한 쌍놈 피해자가 누군지 알게 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책의 이름 '악의'를 기억하면서 읽으면 훨씬 더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느낀 점
악의라는 소설은 정말 놀라운 플롯과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작중에서는 범인의 정체가 조금씩 드러나면서도, 그 이유와 동기에 대한 전개가 정말 흥미진진하게 펼쳐져서 매 순간이 긴장과 기대로 가득했습니다.
노노구치 오사무의 등장과 그가 범인으로 지목되는 부분부터, 가가 형사가 그의 수기와 진술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정말 흥미진진했습니다. 특히 범인이 밝혀지는 부분이 초반의 3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것에 놀랐고, 그 이후로도 이야기가 더욱 깊어지고 흥미로워졌습니다.
작중에서는 노노구치의 수기를 통해 그의 캐릭터와 동기를 알아가는데, 그 과정에서 작가의 교묘한 서술 트릭이 사용되어 진정한 사실과 거짓이 어우러지는 멋진 전개가 있었습니다. 이런 작품 구성이 작중의 스릴과 긴장감을 한층 더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을 읽으며, 인물들의 감정과 내면을 깊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히다카와 노노구치의 역할을 바꿔가며 내보이는 감정들은 정말 살아있고 묘하게 공감을 자아냈습니다.
마지막에는 노노구치의 진실과 결말이 펼쳐져서 놀라움과 동시에 감동이 차올랐습니다. 그가 노노구치라는 존재에 얽매이고 실수와 죄책감에 시달려 결국에는 자신을 추악한 인물로 묘사하려 한 점이 마음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전반적으로, 악의는 예상치 못한 반전과 뛰어난 플롯으로 가득한 소설이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텔링과 캐릭터들의 뚜렷한 감정 묘사는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모습과 욕망, 그리고 죄의식과 용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쓰여진 이 소설의 이름 '악의'가 왜 이렇게 적절한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매 순간 '악의'에 맞설 수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추리 소설과 흑막 형사물을 좋아하는 분들께는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예측불가의 흐름과 다채로운 감정을 함께 느낄 수 있으며, 마침내 남겨지는 큰 감동과 생각할 거리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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