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추천

용의자 X의 헌신 :: 개요, 등장인물, 결말 및 분석, 느낀점

by Big Think 2023. 7. 30.
반응형

Image 0 Image 1 Image 2

 1. 개요

 이 글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 소설인 '용의자 X의 헌신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으로서, 주인공인 물리학자 유가와 마나부와 탐정 갈릴레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작품들 중 백야행, 악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함께 최고로 꼽히며, 일본 미스터리 소설사 중 최초로 3개 부문에서 베스트 1위를 기록한 초유의 화제작입니다. 이 소설은 2006년에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에서 1위를 차지한 작품이며, 제 134회 나오키 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또한, 2017년에는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20주년 기획 '20년간(1997~2016)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오브 베스트'에서 2위를 기록하였습니다.

 이 소설은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 데츠야와 그의 완벽한 알리바이를 파헤치는 천재 물리학자 "탐정 갈릴레오"인 유카와 마나부의 대결을 다루고 있습니다. 두 천재의 두뇌게임이 주요한 주제이지만, 제목처럼 용의자 X의 헌신을 중심으로 읽는 것이 좋습니다. 용의자 X가 어떻게 헌신하는지를 따라가며, 그의 눈물겨운 헌신은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대중들의 욕망을 자극합니다. 두 천재의 불꽃 튀는 두뇌 대결을 쫓아가는 과정에서 작가가 여러 곳에 실마리를 흘려놓아 촘촘한 직물을 이루고 있으며, 이는 날실과 씨실처럼 얽혀진 미로처럼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사건 전개와 속도감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용의자 X의 헌신'은 일본 추리 소설에서 흔히 보여지는 잔혹함이나 엽기 호러와는 다른 점으로, 사랑과 '헌신'이라는 고전적이며 낭만적인 테마를 따르고 있습니다. 구어체 진술로 주제를 풀어나가는 스타일은 사건의 전개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2017년 9월 한국에서 새로운 표지로 재출간되었습니다.

Image 0 Image 1 Image 2

 2. 등장인물

 유가와 마나부

 본 작품의 탐정으로, "탐정 갈릴레오"란 별명을 가지고 계시지만, '굳은 뇌를 가지고 수사하는 경찰들이 깝깝해서' 이런 별명은 크게 좋아하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기술을 내다 팔 만큼 유능한 물리학자였지만, 교수들 간의 자리싸움 때문에 준교수로 눌러앉게 되었습니다.

 도미가시 신지 살인 사건에는 늘 그렇듯이 크게 관심을 두지는 않았지만, 구사나기로부터 '옛 친구이자 호적수'인 이시가미 데츠야가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건에 개입할수록 평소 자신과 같이 과학 중심적인 지론(과학자는 사실만을 다루며 그 외의 사안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을 말하던 이시가미에 대한 생각과 자신의 신념이 충돌하면서 고심하게 됩니다.

 이시가미 데츠야

 고등학교 수학 교사이자 천재 수학자입니다. 항상 "천재는 없다"라는 말로 유명한 유가와가 진짜 천재라 인정하는 두뇌를 지녔습니다. 유가와와는 대학 동기이며, 방랑 수학자였던 에르되시(참조)와 비슷한 행동을 하는 속칭 "에르되시 신자"이며, 컴퓨터가 아닌 종이와 펜을 사용하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수학을 논증하는 걸 즐깁니다. 벽을 마주보고 앉아서 수학 문제를 푸는 모습이 달마 같다고 하여 생긴 별명이 "달마 이시가미"입니다.

 하지만 부모를 부양하느라 유가와처럼 학문의 길로 가지는 못하고 적당히 타협하여 고등학교 수학 교사가 되었습니다. 학교에서도 어떻게든 학생들의 수학 성적을 높이려는 압박을 받아 피곤해하고 있습니다. 체격도 튼튼한 편으로, 영화판에서는 유도부라는 설정이 없어지고 등산을 좋아하는 설정으로 바뀌었습니다. 하나오카 야스코의 옆집에 살면서, 하나오카 모녀의 살인을 알게 되자 사건을 은폐하고 알리바이를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며, 이 과정에서 오랜만에 유가와와 재회하지만 곧 사건을 두고 대립하게 됩니다.

 하나오카 야스코

 "벤텐테이"라는 도시락 가게의 직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시가미는 도시락도 사러 가면서 그녀의 얼굴을 보려고 항상 들르곤 합니다. 전직 호스티스이긴 했지만 전직과 현직을 가리지 않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동정적인 이야기가 나오는 걸로 보아 인망이 두터운 듯합니다.

 전 남편 도미가시 신지가 미사토를 넘보자 충동적으로 미사토와 함께 도미가시를 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이시가미의 도움을 받아 '거의 완벽한' 알리바이를 세운 뒤, 이시가미에게서 집착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되어 그를 약간씩 멀리하게 되고, 동시에 아무것도 모르는 구도가 자신을 걱정하며 다가오자 둘 사이에서 걱정하게 됩니다.

 하나오카 미사토

 야스코의 중학생 딸입니다. 마음이 약한 엄마 야스코에 비해 이시가미에게 시체를 숨길 수 있느냐고 묻는 등 약간 적극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야스코에 비해 이시가미와의 의리를 지키려고 하는 편이며, 이 때문에 구도의 접근을 마땅찮게 여깁니다.

 도미가시 신지

 본 작품의 피해자로, 하나오카 야스코의 전 남편이자 인간 쓰레기입니다. 이혼 뒤에도 야스코를 찾아가 계속 돈을 뜯어내는 것도 모자라서 중학생이 된 미사토에게 성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이를 뿌리치는 미사토에게 트로피로 머리를 맞은 뒤 야스코에게 코타츠의 전기 코드로 목이 졸려서 사망하게 됩니다.

 구도 구니아키

 인쇄소 사장이자 하나오카 야스코의 지인입니다. 야스코가 살인 사건 수사 때문에 힘들어하자 서서히 접근하여 그녀를 격려합니다. 이 때문에 용의선상에도 올라가게 되지만, 결국 '다른 세계'의 사람으로 남게 됩니다.

 구사나기 슌페이

 경찰청 형사이자 유카와의 대학 동창 친구입니다. 도미가시 신지 살인 사건을 수사하다가 이시가미 데츠야의 존재를 알게 되고, 이를 유가와에게 알려줌으로써 두 사람의 대결을 이뤄낸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히려 이 때문에 경찰이라는 공적 입장과 친구라는 사적 입장에서 고민하게 되는 불쌍한 인물입니다. 영화판에서는 드라마판부터 나오기 시작한 여형사 우츠미 카오루가 그 역할을 맡게 됩니다.

 기시타니

 쿠사나기의 후배 형사입니다. 같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지만, 하나오카 모녀에게 동정심을 품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없다면서 쿠사나기에게 빈축을 사는 편입니다.

Image 0 Image 1 Image 2

 3. 결말 및 분석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설명하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시가미는 두 별개의 사건을 하나의 사건인양 뒤섞어버리는 트릭을 사용합니다. 즉, 사건을 희석시키기 위해 이시가미 자신이 '도미가시'인 척하여 또 다른 살인을 저지릅니다. 미리 정확한 알리바이를 만들어두고 수사가 혼선을 겪게 한 것입니다. 이에 경찰들은 엉뚱한 3자가 죽은 사건에 대해 하나오카에게 따져묻고 있었고, 하나오카는 정말로 둘째날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 도통 제대로 된 답이 나오지 않았던 것입니다.

 유카와는 이시가미를 만나서 "그렇게 좋은 머리를 그런 데에 쓰다니 아깝지 않나, 포기하라"고 하며 설득을 시도하지만, 이시가미는 "아무도 풀지 못하는 문제를 만드는 것과 그걸 푸는 것 중 어느 게 더 어려울까?"라고 말하며 유카와의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입장을 밀고 나갑니다.

 이와중에 이시가미는 하나오카 모녀에게 알리바이를 만들어 주고는 정작 자신은 '하나오카 모녀를 지켜주기 위해' 스토커 짓을 하다가 도미가시를 죽였다고 자수해 버립니다.

 결국 유카와는 옛 친구인 이시가미를 위해서, 진실을 아무것도 모르는 하나오카 야스코를 만나 자신이 추리한 진상을 털어놓습니다. 실제로 죽은 사람이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이라는 걸 모르는 경찰이 여러 가지 증거상 노숙자의 시체=도미가시의 시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하나오카 모녀로부터 도미가시의 살해 혐의를 어설프게 숨기다가 결국 꼬리가 밟히면서 처음부터 오픈하는 것처럼 격리하는 것이 이시가미의 목적이었습니다.

 이에 쿠사나기가 "살인이 논리적이란 말인가?"라고 묻자 유카와는 "이시가미는 그저 타살체라는 퍼즐 조각이 필요했을 뿐이다."라고 대답하여 이시가미에게는 죄의식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을 드러냅니다. 그래도 유카와는 그가 유일하게 인정한 라이벌이자 친구가 사랑 때문에 이런 일까지 저지른 것이 매우 충격이었는지 이후의 작품부터는 사건의 동기와 사람의 마음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는 태도를 보이게 됩니다.

 이 작품은 사랑을 위해 살인을 저지른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이시가미의 트릭과 마음의 변화, 유카와와의 대립 등 복잡한 상황과 윤리적인 논점을 다루고 있습니다. 작품 내 전개 중에서 시체를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을 죽일 이유가 없으므로 오류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으나, 작품에서는 시체를 완벽하게 처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제로 전개됩니다. 이시가미의 트릭은 굉장히 주효했으며, 결말에서도 유카와와 이시가미의 관계가 인상적으로 그려집니다.

 허나 이시가미의 사랑을 위해 저지른 살인과 그로 인한 사건들은 도덕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의문을 제기할 여지가 있습니다. 작품은 이런 사랑의 비뚤어진 모습을 그려내며, 독특한 트릭과 복잡한 상황으로 독자들을 매료시키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의 특수성과 인물들의 복잡한 심리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며, 살인과 사랑을 다루는 내용에 따라 독자들의 감정에 큰 파동을 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취향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작품이니 살펴보시기 전에 작품의 내용과 주제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Image 0 Image 1 Image 2

 3.1. 용의자 X 논쟁

 용의자 X가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에서 1위를 차지하자, 본격 추리 소설가인 니카이도 레이토가 "용의자 X의 헌신은 뛰어난 미스터리이긴 하지만 본격은 아니며, 따라서 본격으로 평가받는 건 이상하다"고 주장한 것을 시작으로 용의자 X가 본격 추리 소설이 맞는가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일본 웹에서 용의자 X 논쟁(容疑者X論争)이라고 검색하면 관련 기사나 분석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며, 용의자 X의 위키에도 관련 항목이 실려있을 정도로 일본 추리 문단에서 유명한 논쟁이었습니다. 흥미가 있다면 자세한 과정과 출전은 해당 사이트를 참조하시면 좋습니다.

 니카이도 본인은 용의자 X가 좋은 추리 소설이라고 하면서도 어째서 본격은 아닌지에 대해 장면이나 묘사 하나하나를 들어 비판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본격으로서 페어 플레이를 갖추지 못했다는 의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작품에 결정적인 단서가 전혀 쓰여 있지 않기에 독자가 작품을 보고 추리를 할 여지가 없다는 점과, 날짜 변경 서술 트릭의 경우에도 트릭 자체는 추리 소설에서 흔한 것이나 날짜가 변경되었음을 뒷받침할 단서가 주어져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탐정 역할을 맡은 유카와의 '사체가 뒤바뀌었다는 추리'를 뒷받침할 증거조차 작품에 제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반론도 있습니다. 우선 날짜 변경 서술 트릭의 경우, 유카와가 이시가미의 업무일지를 본 직후 범행 전모를 알아채는 걸로 묘사해 충분히 힌트를 준 점이 있습니다. 이시가미가 이틀 연속으로 오전에 결근한 사실이 일지에 나온 것을 쿠사나기가 여러 차례 강조하며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작품 내에서 '시체 바뀜'에 대한 힌트도 주의 깊게 읽으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시가미가 강둑길을 걷는 장면에서 노숙자들의 묘사 순서가 꽁지머리 > 깡통맨 > 벤치남자 순으로 고정되어 있는데, 벤치남자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장면에는 등장하지만 세 번째 장면에는 나오지 않고 퇴장하는 것이 강조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힌트들을 통해 '시체 바뀜'을 짐작한 독자라면 세 번째 강둑길 장면에서 벤치남자가 관련되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니카이도의 주장에 대해 카사이 키요시, 코모리 켄타로, 아리스가와 아리스 등 다수의 추리 소설가들은 "용의자 X는 본격이 맞다"고 반론하며 그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용의자 X는 2006년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하였고, 그 이후에도 여러 차례 논쟁이 있었지만, 시간이 흐른 현재에도 용의자 X가 뛰어난 본격 미스터리라는 보편적인 인식이 다시 한번 확인되고 있습니다. 2017년도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20주년 기획에서도 용의자 X가 무려 2위를 차지했으므로, 이 논쟁은 '용의자 X가 정말 본격인가 아닌가'보다는 '엄격하고 원리적인 본격 추리 소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현실'을 논의하는 문제로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논쟁은 본격 미스터리 팬덤에서 여전히 주제로 삼아 본격에 대한 개념 정리가 토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Image 0 Image 1 Image 2

 느낀 점

 용의자 X의 헌신은 다양한 미디어에서 성공적으로 작품화된 작품으로, 일본, 한국, 중국에서 각각 영화나 뮤지컬로 제작되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느꼈습니다. 이 작품은 본격 추리 장르의 대표적인 예시로 평가받는 만큼, 그 흥미진진한 플롯과 놀라운 트위스트들이 많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특히, 본격 추리 소설인 원작에서부터 시작해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미디어로 확장되면서 어떤 면에서는 각각의 작품들이 새로운 매력을 더한 것 같았습니다. 각 국가마다 작품의 특징과 느낌을 잘 살려서 제작되어서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일본 추리 소설가인 후무라 키에이치의 작품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습니다. 본격 추리 장르가 각국의 독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은 문화적인 차이를 넘어서도 공통적인 즐거움을 주는 장르임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용의자 X의 헌신은 뛰어난 플롯과 캐릭터, 흡입력 있는 이야기로 미디어믹스의 성공 사례로 꼽히며, 추리 소설과 미디어 작품들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는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다양한 미디어에서 각각의 매체의 특징을 잘 살려낸 이 작품은 추리와 퍼즐을 즐기는 이들에게 흥미로운 시간을 선사해줍니다.

Image 0 Image 1 Image 2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