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개요
이 글은 브론테 자매 중 둘째인 에밀리 브론테가 쓴 장편소설에 대해 다룹니다. 해당 소설은 1847년에 발표되었으며, 한국과 일본에서는 '폭풍의 언덕'이라는 제목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2. 특징
작품의 배경은 요크셔 주입니다. 작가 에밀리 브론테의 가문에서 오래 전 조상 대에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썼다고도 합니다. 에밀리의 고조부가 리버풀에서 웰슈라는 아이를 데려와 양자로 삼았는데, 양아버지가 죽자마자 집안에서 쫓겨난 웰슈는 본작의 히스클리프처럼 몇 년 뒤 부자가 되어 돌아와서는 집안의 토지와 가옥을 차지하고 집안의 막내딸과 결혼을 해 집안의 가계를 이었습니다. 이후 브론테 자매의 조부인 휴가 고모부인 웰슈의 양자가 되면서, 웰슈는 브론테 자매의 증조부가 되었다고 합니다.
워더링 하이츠는 소설에 등장하는 언쇼 가(家) 저택의 이름입니다. '바람이 휘몰아치는 언덕'이라는 뜻입니다. 'wuther'의 발음은 실제로는 날씨란 뜻의 웨더로 들리는데, 바람이 거세다는 뜻의 사투리입니다. 어쨌든 작품 내내 언쇼 집안과 이 저택은 그 이름처럼 정말로 바람 잘 날이 없고, 주인공들은 물론이고 조연인 힌들리, 이사벨라, 주인공의 2세들까지 죄다 폭풍같은 성깔을 자랑합니다.
주인공인 히스클리프와 캐서린 언쇼가 서로에게 끊임없이 집착하고 사랑을 갈망하는데, 사랑을 통해 거칠고 격정적인 인간의 애증의 심리를 잘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요크셔의 황야를 무대로 히스클리프의 거칠고 악마적인 격정과 증오를 통해 모순과 혼돈이 뒤섞인 인간 본성에 대해 깊이 있는 탐구를 담아냅니다. 얽히고 설키는 인간관계는 요즘 나오는 소설들과 비교해봐도 손색이 없습니다.
작가 에밀리 브론테의 친언니인 샬럿 브론테가 그 유명한 제인 에어를 쓴 작가인데, 살아 생전 호평을 받고 흥행에도 성공하면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언니와는 달리 에밀리 브론테는 대중들에게도 외면당하고 작품을 쓴 지 1년이 지난 겨우 30살이 되던 해에 요절하였습니다. 심지어 언니인 샬럿마저 1850년 개정판에 '다듬어지지 않은 글'이라고 서문에 적어놓았습니다. 시대를 너무 앞서간 작품의 운명인지...
집필 과정에서 브론테 세 자매는 그날그날 쓴 내용을 서로 읽어주고 비평을 주고받았는데, 샬럿은 <폭풍의 언덕>을 들으면 꿈자리가 사납다는 평을 했습니다. 게다가 일부에서는 여성이 이런 무거운 내용으로 소설을 쓴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남성 작가가 썼다는 얼빠진 주장이 나오기까지 했습니다. 여기서 말한 남자는 에밀리의 오빠 브랜월을 가리키는데 이 설은 실제로 에밀리는 남자랑 사귀어본 적이 없는 모태솔로 인생을 살다가 요절했다는 설에서 기인된 걸로 추정됩니다. 다만 브랜월은 이 소설과 아주 연관이 없는 건 아닙니다. 작중 힌들리처럼 막장 인생을 살다 갔다는 점에서요.
당시에는 연애 경험이 없는 젊은 여자 작가가 히스클리프같은 복잡한 남자 캐릭터와 남녀의 얽히고 설키는 막장 드라마같은 관계를 창조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편견이었습니다. 평생 제대로 된 연애나 결혼을 하지 않고도 세계적 걸작이라 평가받는 연애 소설을 쓴 제인 오스틴 같은 여성 작가들이 대표적인 반례일뿐만 아니라 언니인 샬럿에 의해 진위가 밝혀지고 나서 설득력을 잃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었어도 이 작품은 70년 넘도록 묻혀졌습니다.
잊혀지던 이 작품은 20세기 들어서 재평가되었습니다. 영국 대작가이던 서머셋 몸(1874~1965)은 불멸의 걸작이라고 침이 마르도록 호평하며 이런 걸작이 묻히다니 이건 죄악이라며 이 소설을 널리 알렸습니다. 몸이 바라던 대로 이제는 영국 유명 신문이나 문학 관련지에서 영국 문학 최고 걸작 베스트 10으로 선정하면 반드시 들어가는 불멸의 걸작이 되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허먼 멜빌의 모비 딕과 더불어 영문학 3대 비극으로 꼽힙니다. 오히려 지금은 제인 에어보다도 폭풍의 언덕이 더 호평받으며 널리 알려진 상황입니다. 평론가 해럴드 블룸은 "모든 수준의 독자들에게 보상을 주는 정전(正典)으로 인정받은 책이자 고전 중 하나입니다."라고 평했습니다.



3. 제목 오역?
워더링 하이츠는 집 이름입니다. 사람이나 집 이름이 제목이면 고유명사로 번역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찰스 디킨스의 '블리크 하우스'를 황폐한 집으로 번역하는 것과 동일한 오역이 됩니다. 또한 폭풍의 언덕이 가진 인상이 소설과는 매우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개 폭풍의 언덕이라고 하면 히스클리프와 캐서린 언쇼의 사랑이라는 로맨스 소설로 이해되기 쉽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할리우드에서 진행된 실사영화를 통해 더욱 확고히 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워더링(wuthering)이라는 단어는 영어 방언으로, 영어 화자에게도 익숙한 단어가 아닌 점을 감안하면, 이것을 단순히 표준어인 '폭풍의'라는 단어로 치환할 수는 없습니다. 하이츠(heights)라는 단어 역시 오역이며, 빌딩 등의 이름에 ~하이츠라는 이름이 자주 붙는 것을 볼 때, 하이츠가 건물에 사용될 경우 전망이 내려다 보이는 건물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언덕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와 관련해서 을유문학전집판 '워더링 하이츠'에 자세한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서울대 출판부에서 낸 유명숙 교수의 번역본 역시 원제 그대로 나왔습니다.
3.1. 반론
하지만 이 소설의 주된 주제는 바로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사랑입니다. 소설 전체가 저 둘의 사랑만을 다루지는 않아도 소설의 시작부터 끝까지 끊임없이 다루어지는 주제는 바로 저 둘의 사랑이며 이 작품은 히스클리프가 언쇼가에 도착하는 것으로 시작해 캐서린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과 캐서린이 죽은 뒤에도 계속되는 복수, 그럼에도 여전히 캐서린을 그리워하는 히스클리프, 그리고 결국 히스클리프의 죽음과 죽은 뒤 캐서린과 히스클리프 둘의 재회를 암시하는 부분까지 전부 포괄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사랑 이야기가 작품 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것은 제아무리 액션영화라고 해도 실제 싸우는 장면은 극의 일부에 불과하며, 소설 '레 미제라블'에서 장 발장 관련 스토리를 제외하더라도 분량이 어마어마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즉, 장편소설은 꼭 그 주제만으로 구성되지 않습니다. 단편소설이면 핵심 주제만으로도 주요 내용을 구성할 수 있어도 장편소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폭풍의 언덕'이라는 제목은 저택명인 워더링 하이츠를 가리키는 고유명사일 뿐만 아니라, 그 저택이 서 있는 배경 장소인 언덕을 의미하기도 하며,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폭풍같은 사랑과 소설의 시작 및 3부이자 소설 절정부인 '폭풍이 부는 밤'의 사건까지 전부 포괄한 중의적 의미를 담은 제목입니다. 주제와 주요 소재 및 내용을 모두 함축하고 있기에 단순히 오역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애시당초 작가가 제목이자 저택명을 일반적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 방언인 '워더링 하이츠'라고 지은 것도 이런 중의적 의미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므로, 딱딱하게 직역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중의적 의미를 포괄하는 '폭풍의 언덕'이라는 제목이 더 어울리고 낭만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한국에서 이 작품은 거의 대부분의 판본이 '워더링 하이츠'가 아닌 '폭풍의 언덕'으로 발매되었으며, 검색 결과 수 또한 이쪽이 압도적입니다.



4. 줄거리
주의: 이 내용은 원작 소설 "워더링 하이츠"와 영화 버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폭풍의 언덕"은 소설 "워더링 하이츠"를 소재로 하여 1992년에 제작된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 대한 줄거리를 간략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이후 내용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줄거리 요약:
록우드는 '스러시크로스'의 세입자로서 워더링 하이츠로 찾아가 히스클리프를 만납니다. 그러나 히스클리프는 거절적인 태도를 보이며 록우드를 외딴 방으로 안내합니다. 거기서 록우드는 어린 캐서린 언쇼의 유령과 마주칩니다.
과거로 돌아가면, 언쇼 씨는 고아였던 히스클리프를 데려와 키우고, 히스클리프와 언쇼 남매는 친해집니다. 그러나 히스클리프와 힌들리가 갈등하며 히스클리프는 떠나게 됩니다. 힌들리가 스러시크로스를 차지하고, 히스클리프는 복수를 위해 돌아옵니다.
히스클리프는 복수를 위해 린튼 가의 이사벨라와 결혼하며 복수를 성공시킵니다. 그러나 캐서린은 헤어튼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며 복수와 불화 없이 지납니다. 히스클리프는 캐서린에게 자신을 용서해달라고 합니다.
이후 캐서린은 히스클리프와 결혼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에드거 린튼과 결혼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캐서린과 헤어튼은 서로를 사랑하게 되고 결국 결혼합니다.
히스클리프는 죽고, 캐서린과 헤어튼은 스러시크로스로 이사갑니다.
넬리와 록우드도 워더링 하이츠를 떠납니다. 이후로 워더링 하이츠 근처에는 히스클리프의 유령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퍼집니다.
이와 함께 영화가 끝납니다.



5. 등장인물
- 캐서린 언쇼
- 히스클리프
- 린튼
- 록우드



6. 미디어 믹스
이 작품은 그 인기로 인해 여러 차례 영화화되었으며 영국과 미국에서는 10편 이상의 영화가 만들어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티브이 드라마 시리즈로도 제작되었고 여러 차례 연극으로도 변주되었습니다.
6.1. 영화
6.2. 드라마
6.3. 뮤지컬
2021년에는 "히드클리프"라는 이름으로 뮤지컬로 각색되었습니다. (공연 기간: 1월 27일 ~ 2월 7일) 원작에 비해 내용은 축소되었으며 프랑시스 언쇼, 록우드 등은 등장하지 않으며, 린튼 히드클리프 등 2세들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캐서린 린튼의 사인은 밝혀지지 않으며, 힌들리는 몰락은 대사로 언급됩니다. 힌들리는 몰락 후 양 발에 족쇄를 차고 있습니다. 뜬금없이 이사벨라 린튼은 힌들리 언쇼 등과 함께 히드클리프를 놀리고 괴롭히다가, 히드클리프에게 반해버리는 변화가 있습니다.
6.4. 연극
6.5. 음악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케이트 부시의 데뷔곡인 "폭풍의 언덕"은 이 작품을 소재로 했습니다. 가사의 내용은 작중에서 이미 고인이 된 캐시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히스클리프입니다.
6.6. 그 외
- 만화 "유리가면"에서 연극 에피소드로 등장하며, 주인공 마야가 어린 캐서린 언쇼 역을 맡아 연기합니다.
- 능인출판사에서 발매한 만화로 보는 세계고전 시리즈 중 하나로 출간된 적이 있습니다. 그림작가 한결로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디자인에 매우 공을 들여서, 아는 이들은 여전히 기억하는 추억의 명작 중 하나입니다.
- Project Moon의 게임 "Limbus Company"의 등장인물 히스클리프의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폭풍의 언덕에 대한 느낀점
폭풍의 언덕은 고전문학의 명작 중 하나로서 다양한 미디어 믹스를 통해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강렬한 감정과 복잡한 인간관계를 다루면서도 우리 삶의 진정한 본질에 대해 고찰하게 만들어 줍니다.
먼지 뒤에 숨겨진 비밀과 복수, 사랑과 이별의 감동적인 이야기는 여전히 현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운명적인 사랑과 그들을 둘러싼 인물들의 욕망과 시련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로맨스 이상으로 인간의 본성과 사랑의 복잡함을 사실적으로 그려냅니다. 또한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영화, 드라마, 뮤지컬, 음악, 만화 등으로 변주되어 현대에도 새로운 해석과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독자들에게도 여전히 감동과 영감을 전해주고 있으며,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인기를 자랑합니다. "폭풍의 언덕"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할 작품으로, 그 강렬한 감정과 인간성을 기억하며 더욱 깊게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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